오핌디지털 윤성민 대표, “베트남 시장에서 VFX의 효율을 찾았습니다”

동아닷컴 | 2022-05-31

영화, 드라마 등 시간이 지날수록 영상 콘텐츠는 빠르게 발전했다. 이러한 기반은 흔히 CG라고 불리는 VFX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 더 현실적이고, 더 감각적인 VFX는 영상을 바라보는 관객의 몰입도를 높여 눈길을 잡아챈다. 손가락 하나를 튕기면 전 우주 생명체의 절반이 사라지고, 손 끝에서 거미줄을 뿜어 빌딩 사이를 누비며, 거대한 비행체가 지구를 뒤덮어 날아노는 모습 등은 모두 VFX를 통해 구현되는 효과다.

지난 2019년 5월 설립한 오핌디지털은 VFX 업체다. 그런데 스토리가 재밌다. 수많은 VFX 작업을 국내가 아닌 동남아 베트남에서 처리한다. 현지 인력을 활용해 보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빠르게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을 제공한다.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설립 초기 3명에 불과했던 인원은 약 4년여 만에 7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오핌디지털 윤성민 대표는 “교육과 실무를 병행하며 찾은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에 IT동아가 오핌디지털 윤성민 대표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드라마 속 VFX에도 작업에 따라 난이도가 있습니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오핌디지털은 어떤 업체인지, 소개를 부탁드린다.

윤성민 대표(이하 윤 대표): 지난 2019년 5월 설립한 오핌디지털은 영화, 드라마의 VFX(Visual Effects, 특수영상이나 시각효과를 뜻한다)를 전문으로 하는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 회사다. 오랜 기간 한국 영화, 드라마, 광고,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영상 산업에서 활약했던 메인 스텝들이 뭉쳐서 설립했다. 주요 스텝의 평균 경력은 14년 정도 되는 것 같다(웃음).

VFX 작업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배우가 아무 것도 없는 스튜디오에서 연기하며 배경 전체에 CG(Computer Graphics)를 입히고 괴물을 만들어내는 무거운 작업이 있고, 배우가 입고 있는 옷의 로고를 지우는 비교적 가벼운 작업도 있다. 당연히 무거운 작업이 어렵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VFX 경력이 많은 전문 아티스트가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의미로 비용도 많이 필요하고.

반대로 가벼운 작업은 비교적 빠르고, 쉽게 처리할 수 있다. 당연히 비용도 적고. 하지만, 가벼운 작업이라고 중요도가 낮은 것은 아니다. 노출되지 않아야 하는 옷의 로고나 시대극에서 존재하지 않는 현대의 물건이 그대로 화면에 남아 있을 경우, 문제가 생기는 것은 매 한가지다.

무거운 작업과 가벼운 작업,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서 모두 필요한 작업이다.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다. 그런 고민에 설립한 것이 오핌디지털이다.

IT동아: 무거운 작업과 가벼운 작업… 이해했다. 두 작업간 효율을 찾은 방법이 궁금한데.

윤 대표: 작업의 효율이라는 것은 결국 얼마나 합리적인 비용으로 보다 빠르게 원하는 수준으로 작업을 마무리하는 과정이다. 1,000만 원의 비용으로 2개월 동안 작업해야 하는 일을 100만 원의 비용으로 1개월만에 완료할 수 있다면? 당연히 후자가 효율적이다. 이 방법을 찾았다.

VFX 작업은 최종적으로 사람이 만들어내는 일이다. VFX 전문 프로그램과 장비 등 물리적인 투자도 필요하지만, 담당하는 사람의 경험, 스킬, 경력에 의해 작업물의 결과는 많이 달라진다. 특히, 무거운 작업일수록 그렇다. 때문에 무거운 작업의 대부분은 국내외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유명한 스튜디오 또는 프로덕션에서 담당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가벼운 작업도 필요하다. 무거운 작업을 담당하는 팀이 가벼운 작업까지 처리할 경우 작업의 효율성은 떨어진다. 즉, 분담해야 한다. 보다 실력있는 담당자가 속한 팀이 무거운 작업을 전담하고, 일정 부분 스킬을 갖춘 여러 명이 가벼운 작업을 분담해 빠르게 처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IT동아: 결국 사람이 필요한 셈이다. 보다 전문적인 작업을 담당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소수의 전문가와 가벼운 작업을 담당할 수 있는 팀 말이다.

윤 대표: 맞다. 각 작업에 대해 중요도를 나눌 수는 없지만, 효율적인 분담은 필요하다. 그런 고민 끝에 동남아 시장을 찾았고, 베트남에서 가벼운 작업을 전담할 수 있는 팀을 만들었다. 국내 VFX 시장과 비교해 동남아 시장은 이제 막 발전하는 시장이다. 인건비도 저렴하다. 즉, 같은 작업을 진행하더라도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다만, 일정 부분 만족할 수 있는 스킬, 경험이 부족할 뿐이다.

이에 가벼운 작업 중심으로, 조금만 배우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결과를 낼 수 있는 작업을 베트남 현지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T동아: 이해했다. 하지만… 이게 쉬운 과정은 아니었을 텐데.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열정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나. 말 그대로 ‘맨 땅에 헤딩’이라고 생각하는데.

윤 대표: 사실 가벼운 작업을 전담하는 업체는 베트남에도 이미 있었다. 2019년 당시에 국내에는 휴양지로 유명한 다낭에 2곳 정도가 있었는데, 국내 업체의 작업을 받아 처리하는 하청업체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다만, 베트남의 이런 업체는 베트남 현지인이 대표로 투자하고 운영한다. 때문에 국내와 소통하는 측면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무거운 작업이든, 가벼운 작업이든 모든 VFX 작업에는 소통이 중요하다. 치열하게 대화하며 원하는 결과물을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국내 VFX 업체가 해외에 외주를 진행하며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다. 이 부분을 해결하고 싶었다. 국내와 원활하게 소통하며, 대량의 가벼운 작업을 보다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데 주력했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는 데 필요한 것이 교육이다. 현지에서 기술을 가르쳐 줄 수 있는 경험 많은 전문가가 상주해야 한다. 국내에서 원하는 결과물은 시시때때로 달라진다. 즉,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가벼운 작업이라도 어제까지 단추만 달던 사람이 한순간 주머니를 달 수는 없지 않나. 각각의 작업을 조율해줄 수 있는, 컨트롤러가 필요한 셈이다. 기왕이면 컨트롤러가 모든 상황을 한번에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IT동아: 아… 이해했다. 보다 작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갖추는데 필요한 소통과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뜻인가.

윤 대표: 맞다. 그런 면에서 기존 베트남의 현지 업체는 소통과 교육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이 부분을 우리가 채워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처음 호치민에 베트남 지사를 세울 때는 3명 뿐이었다. 상황은 쉽지 않았다(웃음).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생 업체에게 선뜻 작업을 맡기는 곳은 없었다. 그나마 VFX 업계에서 일했던 경력을 살려 개인적으로 들어오는 작업을 거의 혼자 전담하듯 처리하며 호치민 지사를 준비했다.

2019년 5월 설립해 당해 4억 원 매출을 달성했다. 2020년에는 10억 원을, 2021년에는 25억 원을 기록했다. 3명이었던 설립 인원은 3년여의 시간을 보낸 지금, 7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베트남 호치민에 6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고, 최근 하노이에 지사도 세웠다.

IT동아: 궁금하다. 아무리 인건비가 저렴하더라도, 국내에서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을 제공하기 전에는 작업을 수주할 수 없었을 것 아닌가. 결국 베트남 현지 직원의 실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이 중요한데,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대표: 실전 위주의 교육을 지속했다. 베트남 지사는 옷의 브랜드 로고를 지우거나, 배경 간판을 바꾸고, 카메라에 담긴 배경의 길이를 조금 더 연장하는 등의 가벼운 작업 위주 작업을 주로 담당한다. 사실 드라마의 경우, 이러한 가벼운 작업이 거의 90%에 달한다. 베트남 지사에서는 2~3일 동안 작업해 1초짜리 컷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간단한 작업을 보다 쉽고 빠르게 작업하는데 중점을 둔다.

이러한 과정에 필요한 프로세스는 경험 많은 팀장, 실장급 이상이 만들어낸다. 이를 베트남 현지에서 단 기간에 교육해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즉, 경영권자가 VFX를 가르치고, 모든 과정에 관여하며 소통의 간극을 줄였다.

얼마 전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었던 ‘오징어게임’을 비롯해 ‘지옥’, ‘DP’, ‘지금 우리 학교는’, ‘스위트홈’ 등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한 국내 시리즈의 작업에 대부분 오핌디지털이 참여했다. 참여하지 않은 작품이 더 적을 것이다(웃음). 이외에도 많은 국내 영화와 드라마에도 참여했고.

참고로 베트남 현지에는 VFX 산업 자체가 전무하다. 대학교에 진학한 젊은 친구들이 VFX를 배웠다고 하더라도, VFX 산업 자체가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게임사나 게임 개발 하청 업체로 들어간다. 해당 업계는 대부분 3D 관련 인력만 채용하기 때문에 영상을 다루는 2D 쪽 인력은 많지 않고…, 임금에서도 차이나서 VFX 산업이 성장하기 어려웠다.

이에 오핌디지털은 거의 맨 땅에서 교육을 시작했다. 브랜드 로고를 지우는 프로세스를 가르치고, 직접 실무에 투입해 부딪히면서 배우도록 유도했다. 내부에서 농담삼아 과거 국내에서 방영했던 ‘머털도사와 108요괴’라는 애니메이션을 빗대어 말한다. 해당 애니메이션에서 제자로 나오는 머털이는 도술을 배우고 싶어하지만, 스승인 누덕 도사는 머리카락 세우는 도술만 주구장창 가르친다. 기껏 머리카락 세우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며 머털이는 투덜대지만, 머털이는 이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수많은 도술을 체득한다. 베트남 지사의 교육도 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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